이상한(李箱恨) 공간


공간이 시가 된다. 천재 시인 이상은 자동기술법(automatism)에 기초하여 시집 『건축무한육면각체 AUMAGASIN DE NOUVEATES』를 창작하였다. 자동기술법은 무의식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기술하는 기법이다. 일부러 띄어쓰기도 하지 않고 앞뒤에 적혀진 낱말들 사이에도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이 프로젝트는 공간을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이상 스타일의 시로 표현한다. 구조화된 공간을 배회하는 점의 경로에 따라 문맥을 만들고, 해당 위치의 시각 정보를 실시간 분석 처리하여 시구를 작성한다. 시를 생성하기 위해 방대한 시각정보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빅데이터 기술, 컴퓨터 스스로 예술을 창작하는 예술적 인공지능 기술, 그리고 공간과 장소를 구조화하고 처리하는 지능형 공간 기술이 사용된다.

공간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분류되고 키워드화 된다. 이상의 스타일은 데이터 공간에 모델링이 되고 문법화된다. 인공지능에 의해 도출된 단어들과 이상 시를 통해 도출된 단어들은 가상공간에 배치되고 일련의 연결 문맥을 통해 시로 새롭게 구성된다.

시를 위한 문맥 만들기는 공간을 구조화하고 문맥화하는 방법과 연결된다. 디지털 공간은 2차원/3차원 지오메트리 정보 이외에 시 창작에 필요한 부가 정보들로 구조화된다. 이를 위해 우선 메타버스 공간을 플랫폼 단위로 나누어 각각의 플랫폼이 가지는 형태적 의미적 속성을 분석하고, 의미를 해석하는 일련의 작업을 한다. 공간의 형태 및 구조,즉 물리적 속성과 사회적 문화적으로 의미를 가지는 비물리적 속성에 따라 구분한다.

물리적 속성은 현실 세계와 대응하며 컴퓨터로 표현 가능한 점(point)이 되고, 선(line), 면(area)과 같은 기하학적 위상에 따라 재현된다. 비물리적 속성은 특징, 명칭, 기능, 용도 등을 포함한다.

개별 공간들의 연결 관계로 공간 전체를 구조화하고, 시의 구문(syntax)으로 치환된다. 구조화된 시 공간은 다양한 형태로 재 구축되고, 선과 면의 기하학적인 오브제로 공간이 시로 창작되는 실시간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공간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잔잔하게 되새겨보고 시적 영감을 받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