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영 개인전 《이상한 메타버스》


시인이 아닌 건축가로서의 이상은 참 생소하다. 이상의 시는 동시대 예술의 주요한 참조이자 작품의 모티프가 되었으나 그가 건축가로서 공간에 대한 이해가 지대했음은 잘 알려진 바가 아니기에 그렇다. 만약 이상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어떤 시를 써 내려갔을 것인가. 본 전시 《이상한 메타버스》는 이 물음에 대한 응답으로, ‘건축가’였던 이상이 그의 시를 공간에 대한 일종 의 예술적 표현으로 상정하였으리라는 상상 아래 가상의 공간인 메타버스 를 탐험한 인공지능이 지은 백 개의 시를 선보인다.

작가 권두영의 ‘이상한’ 프로젝트는 2016년부터 시작되었다. 첫 프로젝트 《이상한 익선동》(2016)은 익선동의 공간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이상 시의 문체를 따라 시를 지었다. 뒤이어 진행한 《이상한 5·18》(2022) 역시 5·18 민주화 운동이 있었던 광주 금남로를 돌아다닌 컴퓨터가 시를 창작했다. 이 번 신작은 실제 물리적 공간을 대상으로 한 지난 작업과는 달리 가상의 메 타버스 공간인 스페이스 아이오(spatial.io)를 읽고 이상의 문체로 시를 창작 한다. 공간과 사람의 관계 속의 본질을 알고리즘으로 구현하고자 시도하는 작가의 실험이 가상공간으로 확장된 것이다. 스페이스 아이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메타버스 갤러리를 표방하며 다양한 창작자와 예술가가 주 사용자 인 플랫폼으로, 가상공간의 다채로운 시각 정보를 분석한 데이터가 바로 시 상의 재료가 되었다.

백 개의 시를 읽노라면 일정한 운율을 가진 보통의 시와는 달리 의미를 찾 기 힘든 와해된 텍스트에 가깝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종이에 적힌 시 위에 쏟아지는 영상의 빛은 이러한 단절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이상의 문체 를 그대로 따른 백 개의 시가 만들어내는 이러한 낯설고 생소한 감각, 즉 ‘이상한’ 이 전시 공간은 인공지능이 읽어 내어 더 이상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공간과는 전혀 다른, ‘이상한’ 메타버스 공간과 이어지고 있다. 이 공간 을 자유롭게 유영하며 시가 구현하는 새로운 공간을 그려보기를 기대한다.

남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