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이상 (李箱, 1910년 9월 23일 ~ 1937년 4월 17일)은 일제 강점기의 시인, 작가, 소설가, 수필가, 건축가로 일제 강점기 한국의 대표적인 근대 작가이다. 원래의 성은 김(金)씨로, 본명은 김해경(金海卿)이다. 본관은 강릉 김씨(江陵 金氏)이다. 시 〈건축무한육면각체〉를 발표하면서 ‘이상(李箱)’이라는 필명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상은 건축을 공부했다. 나도 건축을 공부했다. 이상은 건축을 그만두고 시를 썼다. 나는 건축을 그만두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했다. 이상이 시를 쓰며 건축을 했다고 나는 믿는다. 내가 그렇게 살아 왔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것이 데이터로 변환되는 이 시대,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말처럼, 시가 건축이 되고 건축이 시가되기도 한다.
나는 건축과를 들어가고 금방 좌절에 빠지게 된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나의 공간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수업 시간에는 사진 찍으면 되는 작업을 손으로 그려내는 법을 배우거나 콘크리트로 만들 수 있는 구조물을 잘라 그려내는 법을 배우는 게 대부분이다. 지금은 디지털카메라가 나오고, 건축 도면으로 자동으로 제작해주는 지능형 캐드 시스템이 보편화 되어 있지만, 그 당시 나의 이런 불만은 흔하지는 않았다. 아무튼 이런 창의적이지 않은 교육과 작업은 나의 건축적인 상상을 방해하고 억누르고 있었고, 충분히 나는 힘들어했던 기억이 난다.
이상의 경우도 나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 조선총독부 건축과 기수로 할 수 있는 작업은 건축적 상상과는 거리가 멀었을 것이다. 건축잡지 표지 디자인과 같은 시각적인 작업으로 표출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의 상상을 글로 표현하며 공간 표현의 욕구를 달랬을 것이다. 내가 컴퓨터 작업에 매달리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내 경우에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창작 욕구를 해소하였지만, 이상의 경우는 글로 시로 그의 공간을 표현했기에 텍스트의 깊이를 통해 창작의 열정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그의 건축공간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건축무한육면각체라는 시이다. 새로운 공간 기술을 보며 그가 받은 충격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 아닌 공간과 사람과의 관계 사회학적인 의미등 복합적인 충격으로 다가갔을 것이다.